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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장 인사말: 《사이》의 창간에 부쳐

학과장 인사말


《사이》의 창간에 부쳐


임종태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학과장


과학학과가 창립 40돌을 맞이하는 의미심장한 시기에 학과의 학생 저널 《사이》가 창간되었습니다. 창간 작업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편집진의 주도 아래 학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대학원생들의 저널이라고 하지만, 《사이》는 과학기술학 분야의 전문 학술 저널 못지않은, 나아가 그것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독립된 역할을 맡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생 시절은 연구자의 삶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로서, 기성 학계와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적·대안적 사유가 샘솟는 시기입니다. 《사이》는 바로 우리 학과 대학원생들이 비판적 창의력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매체가 될 것이며, 이러한 역할은 최근 가뜩이나 전문 학자들의 취업과 승진을 위한 논문 생산의 통로가 되어버린 기성의 전문 저널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이상은 대학원생 저널에 일반적으로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우리 학과와 과학기술학 분야의 경우 좀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 학과는 창립 이후 40년 동안 한국에서 과학기술학 분야를 개척해 온 주역 중의 하나였는데, 아직 분야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전인 그 첫 절반의 시기에는 사실상 대학원생들이 중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들 첫 세대의 “대학원생-개척자”들이 이후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 사회에 과학기술학 분야의 사회적 입지가 조금씩 확장되었지만, 아직 다른 기성 학문 분야에 비한다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지적 전통이 견고히 선 분야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학 분야는 여전히 새로운 연구 방향, 새로운 사회적 역할, 새로운 제도적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고, 그 과정에 과학학과의 대학원생들은 여전히 단순한 피교육자로서가 아니라 분야를 개척하는 주도자로서 참여할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사이》가 여러분들이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창간호에는 아직 잘 구현되지 못했지만, 《사이》는 과학학과의 학생뿐 아니라 왕년에 과학기술학 분야의 “대학원생-개척자”로 활약했던 학과의 여러 동문이 참여하여 후배들과 교류하는 장으로도 기획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의 대학원생들도 과거의 선배들처럼 “대학원생-개척자”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동문 제위께서도 《사이》를 통해 표출되는 후배들의 지적 모색을 지켜보고, 후원하고, 나아가 그 모색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널의 이름, 편집의 방향과 구성과 논조, 구체적 내용에 이르기까지 무(無)에서 시작하여 하나하나 정해 나가고 그 전 과정을 훌륭하게 마무리한 초대 편집진, 최석현(편집장), 김하정, 구본진, 박한나, 윤수민 씨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학과장이자 발행인으로서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며, 앞으로 편집 환경이 좀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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