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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학생저널 제3호(2026.06.)

'사이'는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학생들이 만드는 학생저널입니다.  제3호 PDF 다운로드 특집: 감각과 상상 그림의 인지심리학과 관찰의 이론적재성 강규태 가속기 감각하기 : 현장연구자의 민족지 연구 방법론에 대하여 김연화 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늙게 하는가? : '기술적 노화'와 돌봄의 STS 심은섭 케플러의 『꿈』, 달에 관한 광학 이론과 상상 장신혜 서평 아주 사적인 과학의 네트워크 :  도널드 오피츠 외, 『근대과학 형성과 가내성』 박윤지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 : 김은성, 『감각과 사물: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코드』 손하늘 과학을 돌보는 '느린 과학' : 이자벨 스탱게르스,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 안유진 대학원생 이모저모 함께 공부하는 일에 관하여 :  나의 첫 학기에 대한 회고 강정섭 낯선 캠퍼스에서 새로운 공부와 익숙해지기 오수환 헌 신입생의 수기 이준영 2025 APPSA TAIWAN 경험기 이형석 첫 학술 발표, 설레었던 데뷔 무대 : 2025 APPSA 참여 후기 정원호 '왜' 이후의 질문을 기다리며 : 과학학과 연극반 블랙박스 제1회 공연 <학술원 보고> 연출 후기 공일환 SF 단편 <미확인> 구본진 부록 학과 소식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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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꿈』, 달에 관한 광학 이론과 상상(장신혜)

특집: 감각과 상상 케플러의 『꿈』, 달에 관한 광학 이론과 상상 장신혜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 sinhye0717@snu.ac.kr 1. 서론 최초의 공상과학소설로 거론되는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의 소설 『꿈(somnium)』(1634)은 달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우주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케플러는 1609년 『꿈』의 본문을 작성했고, 1620년에서 1630년 사이에 이 작품 속 구절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노트를 남겼으나, 결국 케플러 사후 그의 아들 루트비히 케플러(Ludwig Keppler)에 의해 출판되었다. 『꿈』은 다중의 액자식 구성을 한 소설이다. 작품은 네 가지 층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바깥 층위에서 케플러는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그는 어떤 책을 읽고 있다. 그가 읽고 있는 책 속에는 두라코투스(Duracotus)라는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튀코 브라헤(Tycho Brahe)에게 천문학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다녀온 두라코투스가 어머니에게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의 어머니는 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악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의식을 행한다. 곧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악마는 하늘에 있는 레바니아(Levania)에 대해서 설명한다. 악마를 통해 전해주는 이 레바니아, 즉 달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케플러가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달에 관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 달에 대한 설명은 주술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꿈』의 다층위적인 구조는 이 주술적인 측면을 완전한 판타지의 영역으로 귀속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두라코투스의 일대기는 케플러 자신의 이야기와 겹친다는 해석이 많다. 무엇보다도 케플러의 어머니 카타리나(Katharina Kepler)가 실제로 마녀재판을 받고 수감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꿈』을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는 케플러가 달에 대한 자신의 과학적 주장을 전달하...

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늙게 하는가?: '기술적 노화'와 돌봄의 STS(심은섭)

특집: 감각과 상상 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늙게 하는가?: '기술적 노화'와 돌봄의 STS 심은섭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졸업생 2026년 석사과정 졸업 slouie1104@snu.ac.kr 1. 서론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사회의 근간을 바꾸는 거대한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정 분야의 성과를 넘어, AI는 경제, 문화, 정치 등 사회 전반의 운영 방식을 재편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급격히 가속화한다. 이러한 거대한 기술적 변동은 인류에게 전례 없는 편의와 생산성 향상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 질서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들을 배제하며 깊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기술이 본래 지니는 양면성, 즉 유토피아적 기대와 디스토피아적 불안이 AI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사회적 긴장과 저항을 유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공동체의 안전과 풍습을 위협하는 ‘괴물’로 여겨져 파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Kline & Pinch, 1996). 컴퓨터의 확산은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라는 현대적 질병을 안겨주었다(Brod, 1984). 그러나 오늘날의 디지털 전환은 과거의 기술 변화와는 그 속도와 범위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특히, 과거의 테크노스트레스가 주로 ‘직무 환경’에서의 적응 문제를 다뤘다면, 현재의 디지털 전환은 상점에서의 주문, 은행 업무, 교통편 예매, 공공 서비스 이용 등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곧 생존의 위기로 직결시킨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가장 가시적인 단면이 바로 ‘키오스크’의 확산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2019년 시간당 8,350원으로 2년 만에 29.1% 인상되었다(최저임금위원회). 이에 고용주...

가속기 감각하기: 현장연구자의 민족지 연구 방법론에 대하여(김연화)

특집: 감각과 상상 가속기 감각하기: 현장연구자의 민족지 연구 방법론에 대하여* 김연화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 yeonwha@snu.ac.kr 깜깜한 우주에서 별들을 반짝이게 하는 빛. 빛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물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불을 발견 혹은 발명한 인간은 빛의 세기와 파장을 제어하여 더 미세한 세계까지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개발하였다. 어떤 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곧 빛의 개발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더 작은 구조를 보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광학 장치가 작은 돋보기에서 시작해 현미경을 거쳐 가속기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졌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방사광 가속기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켜 매우 높은 에너지를 지니게 한 후, 이 전자가 자기장에 의해 휘어지거나 진동하며 방출하는 고에너지 광자(방사광)을 실험에 사용한다. 이러한 고에너지 빛은 물질의 미세한 구조를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가 되지만, 동시에 이온화 방사선에 의한 피폭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가속기연구소에서는 방사선 안전을 정교하게 관리한다. 연구소 내부는 방사선 세기에 따라 구역이 구분되고, 구역마다 허용 선량 기준과 출입 조건이 달라진다. 연구자는 가속기에 들어가기 전 방사선 안전 교육을 이수하고 안전 지침을 숙지해야 하며, 실험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개인선량계를 상시 착용하여 자신의 피폭량을 기록·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내가 읽어낸 ‘포항가속기연구소 방사선안전교육’ 동영상의 서사이다. 동영상 시청을 마치자, 시험 응시 안내 화면이 나타났다. 그렇게도 아름다운 서사였는데, 시험 문제는 가혹했다.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문제들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구글 창을 열었다. 문제의 첫 단어만 입력했을 뿐인데도 나머지 문장이 자동 완성되었다. 이 시험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의 흔적이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시험 문제와 답을 정리해 둔 페이지를 만들어두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