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축사
《사이》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먼저 《사이》 공식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과학학과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계승하여 대학원 학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의 학문 주역들인 여러분들이 직접 나서서 과학학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만든 것은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래전 협동과정에 몸담았었던 저희 선배 동문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일을, 후배 동문들께서 선구적으로 추진해 나감에 동문 모두와 함께 경의를 표하며 열렬히 환영합니다.
과학학과는 과학기술에 대한 역사적·철학적·사회적·정책적 차원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학과입니다. 과학기술이란 무엇인가,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 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사상적 토대와 사회적 토양은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과학기술문명이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변화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과학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앞으로 과학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겠는가 등등. 한마디로 과학기술과 관련한 인간의 모든 문제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특별한 전문성이 뒷받침되는 독립적인 연구 주제로 분리해 접근해 볼 수도 있지만, 실은 과학기술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인간의 다양한 시선들인 만큼 그리고 서로 연관돼있는 만큼 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학은 융·복합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융·복합적인 연구 활동을 위해서는 각자의 연구 내용 및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해하고 통찰하는 열린 소통의 장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특정 부분 혹은 측면에 대한 연구에 머물지 않고 이 성과들을 퍼즐 조각 맞추듯이 통합해 나가는 통섭적인 사고와 협동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발간되는 《사이》는 바로 이러한 활동을 위한 바탕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작게는 과학학과 재학생들의 연구 네트워크뿐 아니라 선배 동문 및 과학학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을 포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크게는 과학학의 여러 주제 분야들을 통합적으로 탐구하는 공동 연구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저를 포함해 이미 졸업한 여러분의 동문 선배 연구자들은 과거 협동과정 시절, 기존의 분과학문 체계를 넘어선 과학사와 과학철학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학제 간 학문을 접하면서 강한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온전히 자신의 주제 분야를 연구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 왔습니다. 그 결과 과학사와 과학철학 모두 학제 간 학문임에도 분과학문에 준하는 전문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는 학문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확립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과학사는 과학사대로 과학철학은 과학철학대로, 한 지붕 두 가구처럼 서로를 잘 모르면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솔직히 당시에는 자기 연구를 충실히 하는 것조차 매우 벅찼습니다.) 이제 거대한 21세기 과학기술문명을 목도하고 이를 성찰하려고 보니, 서로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화와 토론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열린 공론의 장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과학학과로 거듭난 지금, 이제 대학원생 여러분들이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서서 과학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공론의 장인 《사이》를 창간하려 합니다. 저희 선배 동문들은 여러분의 선구자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그리고 용기 있는 이 같은 이론적인 실천 활동에 다시 한번 경의와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이 뜻깊은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나 힘이 되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사이》의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사이》의 성공적인 앞날과 함께 후배 동문 여러분들의 학문적인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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