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출판 편집자부터 과학 도서 번역가까지
조장현(박초월)
도서번역가
2020년 석사 졸업
과학학과를 졸업한 지 어느새 4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석사 논문이 통과된 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취업으로 가닥을 잡고 보니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학과에서 배운 것들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 해서요. 학계 외부로 발길을 돌린 셈이지만 기왕이면 간접적이나마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 서 과학 교양서를 열다섯 권 남짓 만들었습니다. 편집자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가공해서 세상에 내놓는 일을 합니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는 않는 셈이죠. 그렇게 일하기를 3년,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평상시에 관심이 있던 출판 번역을 시도해보았고(비록 원작자의 존재로 인해 완벽 한 ‘직접’은 아니겠으나), 그 결과 지금은 ‘박초월’이라는 필명의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주로 과학 교양서를 번역하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이 네 권이니 아직은 풋내기 번역가입니다..
번역가는 주로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서 원고를 제작하지만, 반대로 직접 양질의 도서를 찾아 출판사에 출간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스크린에 원서 파일과 번역 원고 파일을 띄워두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보냅니다. 생각해보니 발제문이 번역 원고로 바뀌었을 뿐 학생일 때랑 그리 다르지 않네요. 번역을 모두 마치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출판사 일정에 맞춰 역자 교정까지 마치면 비로소 물질의 형태로 책이 세상에 나옵니다. 지금은 고독의 효과에 대한 심리학 도서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과학학과 구성원분들 이 관심 있게 보실 만한 책도 있답니다. 마리오 비아지올리 (Mario Biagioli)의 『궁정인 갈릴레오(가제)』(Galileo, Courtier)를 조만간 선보일 것 같습니다. 석사논문을 쓰면서 많이 참고한 책 인데 제 번역으로 한국어판이 출간된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데이터 과학자, 컴퓨터 과학자, 철학자가 함께 저술한 『도덕적인 인공지능(가제)』(Moral AI: And How We Get There)도 올해 말 출간 예정입니다. 인공지능 윤리학이 과학철학계의 화두라고 알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과학학과의 그늘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책 선택의 토대가 되는 문제의식부터 독자의 명쾌한 이해를 고려해야 하는 글쓰기까지, 과학학과 선생님들과 학우들에게 배운 것들을 여전히 제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그늘 속에서, 때로는 넘어서기도 하며, 학과에서 익힌 문제의식을 나름대로 널리 알릴 방법을 모색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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