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감각과 상상
케플러의 『꿈』, 달에 관한 광학 이론과 상상
장신혜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
sinhye0717@snu.ac.kr
1. 서론
최초의 공상과학소설로 거론되는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의 소설 『꿈(somnium)』(1634)은 달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우주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케플러는 1609년 『꿈』의 본문을 작성했고, 1620년에서 1630년 사이에 이 작품 속 구절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노트를 남겼으나, 결국 케플러 사후 그의 아들 루트비히 케플러(Ludwig Keppler)에 의해 출판되었다.
『꿈』은 다중의 액자식 구성을 한 소설이다. 작품은 네 가지 층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바깥 층위에서 케플러는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그는 어떤 책을 읽고 있다. 그가 읽고 있는 책 속에는 두라코투스(Duracotus)라는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튀코 브라헤(Tycho Brahe)에게 천문학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다녀온 두라코투스가 어머니에게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의 어머니는 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악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의식을 행한다. 곧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악마는 하늘에 있는 레바니아(Levania)에 대해서 설명한다. 악마를 통해 전해주는 이 레바니아, 즉 달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케플러가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달에 관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 달에 대한 설명은 주술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꿈』의 다층위적인 구조는 이 주술적인 측면을 완전한 판타지의 영역으로 귀속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두라코투스의 일대기는 케플러 자신의 이야기와 겹친다는 해석이 많다. 무엇보다도 케플러의 어머니 카타리나(Katharina Kepler)가 실제로 마녀재판을 받고 수감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꿈』을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는 케플러가 달에 대한 자신의 과학적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달의 모습에 대한 묘사와 과학적 분석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천문학과 광학 이론을 바탕으로 달의 거주자에게 보일 달의 지상과 하늘의 풍경을 상상하고, 그 모습을 책에 옮겨 담았다. 즉, 『꿈』은 소설적 구조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학문적, 과학적 성격을 띤 저작이다. 따라서 케플러의 광학 이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작품의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Chen-Morris, 2005: 223-243). 이는 『꿈』의 잠재적 독자가 바로 자연철학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케플러는 이 저작에서 우주의 중심이었던 지구의 위치를 주변부로 옮기고, 새롭게 발견한 예측할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을 강조하고자 했다(Campbell, 2002). 그렇기에 『꿈』은 잘 알려지지 않은 케플러의 광학 이론과 그가 우주에 대한 가졌던 관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더욱이 케플러는 『꿈』 본문뿐만 아니라 노트를 함께 남겨, 본문의 내용을 부연하고 이론적 실수들을 꼼꼼하게 바로잡았다. 본문과 노트 사이에 10년이 넘는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노트는 이 시간 동안 케플러의 이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료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글은 케플러의 1604년 『광학(Astronomiae Pars Optica)』을 참고하여, 그가 상상하고 『꿈』에서 묘사한 달과 지구의 모습에 그의 광학 이론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본다. 『광학』의 주 대상은 천체들에 작용하는 빛이었지만, 동시에 빛을 통해 달에 대해 알 수 있는 사실들이나 그와 관련한 상상들 또한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에 『꿈』과 『광학』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빛의 작용뿐만 아니라 달의 특성에 대한 케플러의 관점을 분석하려 한다. 또한 본문뿐만 아니라 1620-1630년 사이에 쓰인 『꿈』 노트에 드러나는 이론적 변화를 추적할 것이다. 이를 통해 『꿈』에 내포된 케플러의 이론을 확인하고, 그의 천문학과 광학 이론이 다양한 상상을 통해 구성되고 있었음을 보이고자 한다.
오랫동안 과학사학자들은 천문학 혁명에서 일어난 자연관의 변화가 갖는 의미를 강조해 왔다. 천문학 혁명을 겪으며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서 탈락했고, 다른 행성들과 동등한 존재로 바뀌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곧 지구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꿈』이 탄생한 배경은 바로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 속에서 비롯된 상상, 즉 우주의 다른 천체들 역시 지구와 유사한 모습을 지닐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본문에서 달, “레바니아”는 땅에서 5만 마일 위에 에테르 속에 있는 “섬”으로 묘사된다(Kepler, 2003: 15). 케플러는 독자들에게 덜 친숙한 단어가 더 큰 경외감을 줄 것으로 생각하며, 본문에서 달을 의미하는 히브리어인 레바니아라는 단어를 채택했다(Kepler, 2003: 53). 다만 케플러가 의도한 경외감은 하늘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리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그는 지구와 달 모두 우주에 떠도는 신비로운 섬처럼 낯선 대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레바니아는 낯선 곳이었지만,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이 거주할 수 있는 익숙한 공간이기도 했다. 본문에 묘사된 레바니아에는 계절과 기후, 낮과 밤이 존재했고,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었다. 케플러가 “거주민”의 관점에서 달을 묘사했던 주요 목적은 명백하게도 지동설을 설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구가 아닌 달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지구에서의 자연현상과 달에서의 자연현상을 비교함으로써 지구를 상대화했다(Kepler, 2003: 36). 독특하게도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달을 지구와 비슷한 천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꿈』 전체를 통틀어 케플러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 핵심 아이디어는 아래 구절에 잘 녹아 있다(Kepler, 2003: 82). 인간이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를 이해했던 것처럼, 달의 거주자도 달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꿈』의 본문은 이러한 관점에서 달의 ‘하늘’과 ‘땅’을 설명하고, 지구와 달 사이의 괴리감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중심 이동의 효과는 지구를 달의 위성과 같은 천체로 서술하면서 극대화된다. 달에서의 천문 현상과 그로 인한 기후와 삶의 방식에 대한 케플러의 상상은 본문에서 악마의 말을 빌려 전달된다. 이 상상의 핵심적인 축은 바로 달에서 지구가 관측되는 모습이었다. 악마는 달의 지역을 지구, 즉 ‘볼바(Volva)’가 보이는지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그는 지구가 보이는 앞면(서브볼바, Subvolva)과 지구가 보이지 않는 뒷면(프리볼바, Privolva)으로 나눈 뒤, 두 지역의 낮과 밤, 하루와 1년의 길이, 계절과 기후, 그리고 행성과 태양의 운동이 어떻게 보이는지 등 천문학적 현상의 차이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브볼바에서 지구를 관측한 레바니아 거주민의 천문학적 지식을 자세하게 전달한다. 레바니아 천문학에서 지구는 핵심 천체였다. 레바니아인은 지구의 관측된 모습을 기준으로 지역을 구분하거나, 시간을 측정했다. 달의 지형, 육지와 바다, 조석 현상, 생명체의 생김새와 생활 등을 자세하게 소개할 때도, 지구에서 오는 빛에 대한 관념이 중요하게 작동했다(Kepler, 2003: 17-28). 작품에서 볼바를 위성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케플러는 달 중심 좌표계를 통해 달과 지구의 역할을 완전히 뒤집어버린다. 이처럼 우주의 중심에 대한 상대론적 관점을 가시화하는 것이 바로 『꿈』 집필의 주된 의도였던 것이다. 이렇게 상대화된 우주 속에서,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지구에서 본 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본문에서는 마치 지구의 한 달 동안 달의 위상이 변화하듯, 달의 하루 동안 지구의 위상이 변화한다는 것을 서술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구의 사람이 그러하듯, 달의 거주민 역시 지역에 따라 지구의 위상을 보고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가령 미드볼바 반원(midvolvan semicircle) 위에 사는 이, 즉 서브볼바를 경도로 나누었을 때 한중간에 사는 이는 자정에 “보름 볼바(full Volva)”를 볼 수 있다. 즉 지구가 보름달의 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오에는 “그믐 볼바(new Volva)”, 즉 삭의 위상으로 나타난 지구를 관측하게 된다(Kepler, 2003: 22-23). 분명 케플러가 서술한 지구에 대한 상상, 특히 달의 밤을 밝혀주며 위상까지 변화하는 지구에 대한 상상은 당대인들에겐 상당히 파격적인 관점이었다. 그렇지만 지구 역시 햇빛을 받아 반만 빛날 것이라는 것은 케플러만의 독특한 상상은 아니었다. 갈릴레오(Galileo Galilei) 역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Sidereus Nuncius)』와 『대화(Dialogo sopra i due massimi sistemi del mondo)』에서 달에서 바라보았을 때 지구의 위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었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04: 87; 2016: 119). 결국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떼어 놓으며 다른 천체들과 비슷한 천체라고 생각한 순간, 두 천문학자는 자연스럽게 지구의 음영과 겉보기의 위상 변화를 상상하게 된 것이다.
『꿈』은 일반적인 SF소설이라기보다, 매우 자세하고 어려운 과학 논문과 비슷하다. 본문에서 지구의 상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 케플러의 천문학적, 광학적 연구가 깊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구에 대한 묘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과학사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케플러의 광학 이론을 살펴보아야 한다. 『꿈』에서는 지구가 발하는 밝은 빛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지구의 지름은 달의 지름의 약 네 배, 면적은 15배 더 크기 때문에, 그만큼 빛 또한 밝게 보인다고 서술된다(Kepler, 2003: 21). 특히 서브볼바는 지구의 빛으로 인해 밤이 매우 밝고, 낮에 일식 현상이 일어나면 거주자들이 놀라곤 한다고 묘사되었다. 케플러는 지구가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을 한밤중이 아닌 일식이 일어날 때로 설정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단순히 달과 지구를 대치시켜 비유하는 상상뿐만 아니라, 달의 표면과 빛의 속성에 관한 과학적 고민이 담겨 있었다. 케플러가 살던 시대상에서 지구가 빛난다는 생각은 상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장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선 전통적인 우주론에 따르면, 밝게 빛나는 것은 하늘의 천체에 주어진 특권이었다. 따라서 그의 상상은 천체가 아닌 지구의 표면 또한 빛날 수 있다는 전제가 새롭게 뒷받침되어야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케플러의 빛에 대한 이해 역시 뉴턴 이후의 광학과 상이했다. 당대 많은 학자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은 햇빛을 반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1] 거친 지형은 빛을 흡수하므로, 수면처럼 매끄러운 표면만이 빛을 반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갈릴레오의 저서 『대화』에서 전통적 세계관을 지닌 심플리치오가 “지구가 거칠고 어두워서 햇빛을 반사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 것이 이러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16: 126-128). 지구의 빛과 거친 표면에서의 반사에 대한 케플러의 관점은 달빛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상당 부분 도출되었다. 케플러의 『광학』에 따르면, 고대로부터 달의 표면이 매끄러운지 거친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공존했지만, 어떤 경우든 달이 어느 정도 그 자체의 빛을 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예컨대 그리스의 클레오메데스(Cleomedes)는 달이 매끄러워서 태양의 빛을 반사하면 달에서 태양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달은 태양 빛으로부터 기원한 그 자체의 빛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플루타르크(Plutarch)도 마찬가지로 달이 스스로 빛난다고 주장했지만, 반대로 달이 거친 지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빛을 반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Kepler, 2000: 242). 케플러뿐만 아니라 갈릴레오의 『대화』에서도 심플리치오가 달의 표면이 매끈하고 달 자체도 희미한 빛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달이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빛을 낸다는 관점이 케플러 시대 학자들이 빛에 대해 생각하던 지배적인 관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16: 126). 케플러가 『꿈』을 집필한 시기는 갈릴레오의 달 관측이 출판되기 이전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달의 지형에 관한 생각을 발전시킨 상태였다. 케플러는 달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지구처럼 다양한 지형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를 통해 거친 지형이 빛과 색을 내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을 구축했다. 『광학』에서 그는 태양 빛이 달에서 변환되어 달 자체의 빛이 된다는 클레오메데스의 주장을 옹호하며, 소통된 빛(communicated light) 개념을 도입했다(Kepler, 2000: 243). 케플러는 소통된 빛 개념을 이해할 단서로서, 다음과 같이 빛에 관한 몇 가지 명제를 남겼다(Kepler, 2000: 20-35). 위 명제에 따르면, 불투명한 물체에 빛이 닿을 때 그 저항 때문에 굴절되고 반사되면서 물체와 상호작용하여 빛에 색이 입혀진다. 따라서 그 물체 고유의 색깔을 띤 ‘소통된 빛’이 표면에서 전파되게 되고, 이 빛은 수직 방향으로 강하게 전파된다. 케플러는 달이 밀도가 높고 색깔이 풍부하며 거친 표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통된 빛이 발생하여 밝게 빛난다고 주장했다(Kepler, 2000: 243). 사실, 케플러의 달빛과 소통된 빛에 관한 이론은 지구와 달의 성질의 유사성을 전제로 발전된 것이며, 따라서 『꿈』에 나타난 지구의 빛에 대한 묘사에도 이러한 이론이 반영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볼바는 거대한 달처럼 빛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다. 이때의 지구는 대기로 인해 푸르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달과 유사한 색조를 띠며, 육지와 바다가 서로 다른 밝기를 지닌 표면으로 묘사된다. 케플러가 이러한 이론을 내놓은 것은 단순히 달과 지구를 대치시킨 상상을 넘어, 달의 잿빛 현상을 관측하면서 더 직접적인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잿빛 현상은 달이 삭과 가까운 위상에 있을 때도 지구의 빛을 받아 희미한 빛을 띠는 현상으로, 이 시기까지 잿빛 현상을 지구의 빛으로 설명하는 이들은 극소수였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04: 44). 대개 이 빛은 달 자체에서 방출되는 빛이라거나, 태양에서 받은 빛이 투과된 것, 혹은 금성이나 다른 별에서 받은 빛으로 해석되었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04: 84). 반면 케플러는 자신의 스승인 미하엘 마에스틀린(Michael Maestlin)이 다음과 같이 잿빛 현상의 올바른 원인을 발견하고 가르쳐주었다고 서술했다. 서브볼바의 밤에 지구의 빛이 비쳐 밤이 아주 어둡지 않은 현상은 달의 잿빛 현상을 달의 입장에서 상상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케플러는 『광학』에서 잿빛 현상을 다루면서 지구가 달에 빛을 비춘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꿈』에서 케플러는 한 발 더 나아가, 달에서 보이는 지구의 잿빛 현상까지 언급했다. 즉 달에서 지구가 삭의 위상일 때에도 지구가 희미하게 보인다고 서술했다. 이 부분의 노트는 잿빛 현상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해 주며, 달에서도 지구의 잿빛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대목은 케플러가 달 관측을 통해 태양 빛과 지구와 달의 빛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세세하게 상상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구의 잿빛 현상은 개기월식의 한중간에 달빛이 희미해지면 어두워지게 된다(Kepler, 2003: 26). 레바니아에서 관측되는 식 현상에 관한 대목에서도 이러한 태양과 지구, 달 사이의 빛의 상호작용에 관한 상상이 두드러졌다. 케플러는 『광학』에서 식 현상에 대해 많은 설명을 제공했던 만큼, 『꿈』 역시 달에서 관측되는 식 현상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달에서 일어나는 식에 대한 설명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구에서 일식이 일어날 때 달에서는 지구의 식이 일어나고, 지구에서 월식이 일어날 때 달에서는 일식이 일어난다. 지구에서 월식이 일어나지 않을 때도 달에서 부분일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완전한 지구의 식(total eclipse of Volva), 즉 개기월식과 같은 지구의 식은 일어나지 않으며 지구 위에 원형의 그림자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간다(Kepler, 2003: 25-26). 이처럼 본문에서 묘사된 식 현상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달에서 일식이 일어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일식이 일어나 태양이 지구에 가려지자마자 태양이 사라진 지구 “반대편에서 밝은 빛이 일어난다.”(Kepler, 2003: 26) 태양보다 지구의 지름이 네 배 크게 보이기 때문에 태양의 일부가 지구 반대편으로 벌써 등장할 수는 없다(Kepler, 2003: 26). 그런데도 이렇게 서술한 이유는 바로 개기월식에서 달이 붉어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굴절되어 들어오는 태양빛이 달에 닿아 달이 붉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 케플러는 같은 때에 달 거주자들이 보는 광경이 이와 같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광학』에 따르면 개기월식의 붉은빛을 둘러싼 설명은 고대로부터 다양하게 존재했다. 가령 알렉산드리아의 테온(Theon)과 클레오메데스는 달 고유의 빛과 태양에서 온 빛이 섞여 생긴 빛이라고 주장했고, 에라스무스 라인홀트(Erasmus Reinhold)는 달 자체의 빛이 보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Kepler, 2000: 283). 케플러는 월식에서 나타나는 달의 붉은빛과 창백한 빛을 자신의 관측 결과와 이전의 설명들을 비교하며 답을 찾으려 했고, 플루타르크의 『달의 구체에 드러나는 면에 대하여(Concerning the Face Which Appears in the Orb of the Moon)』에서 힌트를 얻어 결론을 내렸다고 서술했다(Kepler, 2000: 282-288).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지구에서 깜깜한 밤에도 물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경우는 없고, 아주 짙은 그림자 속의 물체도 조금은 빛을 받는다.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달에도 마찬가지로 공기에 굴절된 태양빛이 닿을 것이다.” 케플러의 저작 중 이보다 더 상세하게 붉은 달 현상을 언급한 자료는 찾을 수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그가 붉은 달 현상이 지구 대기에 태양빛이 굴절되어 발생했다고 생각했음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통해 케플러는, 이전의 많은 가설과 달리 그 어떤 어두운 빛조차도 달 자체의 빛이 아니며, 지구를 통해 반사된 태양빛이라는 점을 확실히 주장한 것이다(Kepler, 2000: 288).
달의 빛에 대한 케플러의 논의는 달의 ‘기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케플러는 빛에 의한 열의 발생을 통해, 프리볼바와 서브볼바가 매우 다른 환경을 가질 것이라고 상상했다(Kepler, 2000: 39). 빛과 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관념은 훨씬 전부터 생명에 관한 종교적 사유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케플러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만약 생명이 열에 의존하고 있고, 빛이 그 생명을 기르도록 만들어졌다면 빛은 열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Kepler, 2000: 39). 그는 더 밝은 빛이 더 많은 열을 가진다는 전제를 세워 달의 기후에 접근했고, 그 기준에 따라 달에 거주하는 생명체를 상상했다. 이에 따라 『꿈』에서 나타나는 레바니아에서 프리볼바는 극심하게 덥거나 추운 기후인 반면, 서브볼바는 온화한 기후를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각 반구의 낮과 밤의 길이 차이, 태양과의 거리 차이, 그리고 지구의 유무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프리볼바는 낮보다 밤이 길지만 서브볼바는 밤보다 낮이 길고, 프리볼바의 낮에는 태양이 비교적 크게 보이지만 서브볼바의 낮에는 태양이 비교적 작게 보인다. 이러한 조건만으로도 이미 프리볼바가 서브볼바보다 일교차가 더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지만, 지구의 유무는 이런 차이를 더욱 극대화한다. 케플러는 지구의 빛이 달을 따뜻하게 유지해 줄 정도로 밝다고 확신했다. 그는 보름달 빛을 오목거울의 초점에 모으는 실험을 통해, 달빛도 따뜻함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Kepler, 2003: 122). 지구는 달보다 더 크게 빛나는 만큼, 달이 지구에 보내는 미세한 열기의 15배 정도 더 강한 열기가 지구로부터 달에 전해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지구가 서브볼바 반구를 비춰주어 밤을 춥지 않게 만들어주는 반면, 프리볼바의 한 달 동안의 일교차는 매우 극심하다. 15-16일 동안 지속되는 프리볼바의 밤은 아주 날카롭고 강한 바람이 불고, 물체에 얼음과 서리가 덮이지만, 태양에 가까워지는 낮에는 바람이 없고 극심한 열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때 달에 존재하는 물의 조석 현상이 프리볼바의 열기를 조금 완화해 주는 요인이 된다. 『꿈』에서의 레바니아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육지와 바다가 있고, 지구와의 작용으로 인해 조석 현상이 일어난다(Kepler, 2003: 123, note 202). 당시 자연철학자들은 조석 현상이 달과 관계가 있다고 추측하며 그 원인을 탐구하고 있었는데, 『꿈』 본문을 집필하던 시기 케플러는 조석을 유발하는 인력의 원인으로 빛을 지목했다. 빛으로 인해 중력의 세기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지구가 보이지 않는 프리볼바에서는 태양조차 보이지 않는 매우 건조한 밤과 태양을 바라보는 다소 습한 낮을 보내게 된다고 상상했다. 케플러의 설명에 따르면 달이 망의 위치에 있을 때는 지구와 태양이 같은 방향에 있으므로 중력이 커서 달 뒤쪽의 물들이 모두 달 앞쪽으로 이동하고, 달이 삭의 위치에 있을 때 달을 중심으로 지구와 태양이 반대 방향에 있으므로 중력이 나뉘어 물도 달 앞쪽과 뒤쪽으로 나뉘게 된다. 이 시기 케플러의 역학에서 빛은 열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중력을 발생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론은 『광학』에서 명제로 제시되지 않았던 가설적인 단계에 불과했다. 이후 『꿈』의 노트와 『코페르니쿠스 천문학 개요 (Epitome Astronomiae Copernicanae)』(1621)를 작성하는 1620년쯤에 이르면, 케플러는 중력의 원인을 자성과 비슷한 것에서 찾게 되었다(Kepler, 2003: 123, note 202).
『꿈』에 등장하는 레바니아는 지구처럼 다양한 지형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가령 아주 높은 산과 깊고 넓은 계곡들이 있으며, 사방에 구멍이, 말하자면 동굴과 그로토가, 특히 프리볼바 지역에 널려 있다(Kepler, 2003: 27). 이와 같은 지형적 상상은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 관한 주장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케플러는 『꿈』 노트에서 산과 계곡에 대한 예측을 그의 스승 마에스틀린의 공로로 돌렸으며, 『광학』에서는 플루타르크가 『달의 구체에 드러나는 면에 대하여』에서 달이 지구와 같이 고르지 않고 험준한 천체라고 주장했다고 소개한 바 있었다(Kepler, 2003: 125, note 207). 특히 케플러는 플루타르크가 반달이나 월식 때 달 표면의 음영을 통해 달의 산들이 지구에 비해 높다고 주장한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직접 월식 때 달을 맨눈으로 관측한 바에 따르면 이 주장이 옳다고 주장했다(Kepler, 2000: 259-263). 한편 달에 많은 동굴이 있다는 상상은 달의 밀도가 작고 다공성이라는 생각에 근거했다. 케플러는 『신천문학(Astronomia Nova)』(1609)에서 이미 달의 운동을 통해 달이 “밀도가 낮고 약한 저항을 받는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이 동굴들을 통해, 레바니아의 생명체는 긴 낮에 발생하는 열기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묘사된다. 달의 육지와 바다에 대한 이론은 레바니아에서 보이는 볼바의 모습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케플러는 처음에 갈릴레오와 달리 밝은 부분을 바다, 어두운 부분을 육지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케플러의 광학적 사유의 변천을 잘 보여준다. 가령 『꿈』 본문을 먼저 살펴보면, 지구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다. 이때 지구의 “두 부분”은 육지와 바다를 의미하고, “더 어둡고 거의 연속적인 점들”은 육지, 약간 더 밝은 부분은 바다를 의미한다. 노트에서 “밝은 띠”는 “브라질 바다, 대서양, 북극해 등에서 일본, 필리핀 바다 등으로 이어지는 바다의 부분”이라고 설명하였는데, 이 바다들을 사이에 두고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이 구분되는 것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Kepler, 2003: 114). 어두운 부분이 육지라는 관점 역시 『광학』을 작성할 당시의 깊은 사유를 통해 등장한 것이었다. 고대에도 플루타르크처럼 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다, 밝은 부분을 육지라고 설명하는 철학자들이 있었으나, 케플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며 빛을 내는 것은 물이라고 주장했다. 색깔이 없는 물은 거의 모든 방향으로 태양빛을 반사하지만, 색깔이 있는 땅은 소통된 빛을 낸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케플러는 자신이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땅이 밝게 빛났지만, 이는 땅이 수직 방향으로 소통된 빛을 반사하여 그런 것이며, 가장 밝았던 것은 강물이었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광학』에서는 “달의 밝은 부분은 물과 같은 물질이고 어두운 부분은 땅덩어리와 섬들이며 달 전체는 광선을 모든 부분으로 전달하는 어떤 공기와 같은 물질로 둘러싸여 있다”고 결론지었다(Kepler, 2000: 262-263). 하지만 케플러가 『꿈』 노트를 작성할 시기에 이르면, 갈릴레오의 저작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뒤집고 갈릴레오가 옳다는 생각으로 돌아서게 되었다(Kepler, 2003: 108-109). 다만 케플러는 갈릴레오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광학 이론에 따라 다시금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거친 표면에서 방출되는 소통된 빛의 정의에 따라 소통된 빛은 물보다 땅에서 더 강하다고 주장했다. 소통된 빛이 표면의 굴곡을 통해 빛이 분산되어 발생하는 것이라면, 육지에서 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노트에서 케플러는 물에 비친 집들의 상이 실제 집들의 상보다 더 어둡다는 것을 증거로, 물이 땅보다 더 밝다는 자신의 주장이 반증 된다고 서술했다. 나아가, 땅과 가까이 있는 물이 더 빛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것은 물의 밝음 때문이 아니라 태양 때문에 빛나는 공기의 밝음 때문”이라는 새로운 설명을 제공했다(Kepler, 2003: 108-112). 그는 이러한 서술을 남기며, 깊은 곳의 물이 어두워지는 이유를 갈릴레오에게서 배웠다고 회고했다(Kepler, 2003: 108-109).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에서 갈릴레오의 달의 바다에 대한 논의가 케플러에게 영향을 주었지만, 사실 갈릴레오의 “달의 바다”는 문자 그대로 달에 물이 흐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의 달의 바다와 육지에 관한 서술은 그저 비유에 불과했다. 갈릴레오는 지구에 대해서는 육지가 더 밝게 보이고 바다가 어둡게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달에 대해서는 커다란 반점 지역이 밝은 부분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그는 달의 낮은 부분에 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언제나 고려하고 있었지만, 보다 다양한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케플러 사후 출판된 『대화』에서, 갈릴레오는 두 표면 중 한 면은 밝게 보이지만 반대 면은 어둡게 보이는 경우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16: 168). 반면 갈릴레오의 망원경 관측 이후에도, 케플러는 달에 물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케플러는 조석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지형을 추가해야 했다. 즉, 케플러는 겉보기의 큰 변화가 없더라도 다공성을 지닌 달의 지형을 통해 물이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소 이질적인 발상이지만, 이러한 ‘달의 바다’에 대한 관념은 그가 달을 지구와 유사한 생명력을 지닌 천체로 상상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케플러가 제시한 달과 지구의 유비는 달에 존재할 생명체에 대한 묘사를 통해 완성된다. 그는 달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을 상상했다. 『꿈』에 등장하는 레바니아의 생명체들은 극한의 조건을 견뎌야 하는 만큼 거대하고 거친 괴물처럼 묘사된다. 이들은 탄생 직후 빠르게 성장하여 매우 큰 몸집을 갖게 되지만 수명은 고작 하루 남짓에 불과하다(Kepler, 2003: 27, 28). 특히 프리볼바에 거주하는 생명체들은 거처를 마련하지 않고, 낮 동안 무리 지어 달 전역을 이동한다. 낮의 극심한 열기를 피하기 위해 이들은 대부분 호흡을 최소화하며 물속 깊은 곳에 잠수해 머문다. 호흡이 비교적 잦은 생명체들은 동굴로 물을 끌어들여 낮 동안 그 안에서 지내고,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밖으로 나온다(Kepler, 2003: 217). 비록 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했기에 가능한 상상력이었지만, 케플러는 실제로도 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학』에서도 그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그 땅과 지역의 혼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달에 사는 생명체는 긴 낮과 거대한 조석 현상을 견디기 위해 크기가 매우 크고 성질 또한 거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Kepler, 2000: 262). 이러한 진술은 『꿈』에서의 구조와 마찬가지로, 케플러가 달과 다른 천체들을 지구의 이웃한 “섬”에 비유될 만큼 유사한 성격을 지닌 공간으로 상상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케플러의 『꿈』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 자리에서 물러난 새로운 천문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지구와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달 세계를 상상함으로써 관찰 공간을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달 세계에 대한 그의 묘사는 단지 문학적 상상이 아니라, 달과 지구의 물리적 특성과 광학적 원리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반영한 이론적 상상의 결과물이었다. 케플러는 명확한 주장을 위해 가능한 한 신뢰할 만한 지식을 동원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비록 전체적으로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바니아를 설명하는 악마의 서술에는 그의 실제 이론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케플러의 달에 관한 상상은 관측 사실과 광학 이론에 기반했으며, 이 광학 이론은 다시 천문학적 논의에서 도출된 요소가 많았다. 특히 ‘소통된 빛’에 관한 이론은 달빛과 지상의 빛을 관찰하고 유추함으로써 얻어졌으며, 이는 다시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활용되었다. 또한 달의 위상 변화, 일식과 월식, 잿빛 현상 등 달의 천문 현상에 대한 이론은 그곳의 관찰자가 관측하는 천문 현상을 구체화하는 핵심 재료가 되었다. 케플러가 이 모든 이론을 확신 속에 제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모두 세심한 추론을 거친 결과물이었으며, 『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달과 지구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했다. 인간이 일상에서 달의 천문 현상을 관측하고 그 영향을 받듯, 달에서도 지구를 바라보며 유사한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는 상상, 달에도 육지와 바다가 있고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다는 상상은 달 역시 하나의 ‘땅’이 될 수 있고, 지구 또한 하늘의 또 다른 천체가 될 수 있다는 관념을 강하게 드러내었다. 특히 지구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달 거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를 제시함으로써, 케플러는 달을 지구와 마찬가지로 태양의 영향을 받는 상공의 ‘섬’처럼 감각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자신의 광학 이론을 레비니아 세계에 접목시한 케플러의 『꿈』은, 지동설이 열어젖힐 새로운 세계관의 모습을 자연철학자들에게 한층 선명하게 제시한 작품이었다. 케플러의 저작은 SF와 자연철학적 에세이 사이 중간적 성격을 지니며, 현대적 의미의 SF적 상상보다는 실제적이고 과학적인 달의 묘사가 상당 부분을 이룬다. 이러한 측면은 『꿈』을 본격적인 SF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과도기적이라는 한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작품은 과학과 상상의 관계, 그리고 과학적 상상의 본질을 사유하는 데 중요한 사례를 제공한다. 우선 케플러의 상상은 단순한 허구적 장치가 아니라 자연철학적 탐구의 핵심적인 과정이었다. 달에서 지구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상상, 달의 지형과 바다, 생명체에 관한 상상은 빛과 열, 중력, 나아가 생명 현상에 대한 자연철학적 문제의식을 한층 심화시켰다. 이러한 사유는 관측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을 상상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보편적 질서를 이해하는 방식이, 이후 근대 역학이 작동하는 원리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태양 중심의 천체 체계를 정립한 천문학자가 최초의 달 소설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자연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변화가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열었으며, 과학적 상상이 우리가 이해하는 자연 세계에 대한 개념적 틀 속에서 파생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천문학 혁명은 지상계와 천상계의 구분을 허물고, 견고한 지상 세계를 넘어 우주 공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함으로써 우주 SF의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과학혁명이 가져온 지적, 인식론적 전환으로만 환원될 수는 없고, 그것이 반영하는 당대 사회문화적, 담론적 조건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마리 캠벨이 지적했듯, 지구 바깥의 천체를 하나의 “섬”으로 상정하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서사 구조는 당대의 제국적 여행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Campbell, 2002). 바다 너머로 항해하여 낯선 영토를 발견하는 문화적 논리는 새롭게 확장된 우주 공간을 탐사해야 할 대상으로서 상상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이처럼 케플러의 『꿈』은 과학적 탐사에 대한 상상이 과학혁명기의 자연철학적 변화와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기 시작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후 근대 과학의 역사가 SF의 발전과 긴밀한 관련을 맺게 되는 현상은 이러한 맥락에서 형성된 근대 과학의 독특한 상상력적 토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달의 위성
우리 인간에게 지구가 움직이는 별들 사이에서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이, 레바니아도 그 거주자들에게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Kepler, 2003: 17).
서브볼바는 우리의 달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그것의 볼바를 항상 누린다(Kepler, 2003: 17).
3. ‘소통된 빛’과 지구와 달의 빛의 상호작용
태양 전체가 가려지는 일은 흔하지만, 우리 시간으로
몇 시간 동안 지속되며 태양과 볼바의 빛이 동시에 꺼지기 때문에
꽤 눈에 띄는 현상이다. 이것은 서브볼바 거주자에게 장엄한 광경이다.
다른 상황에서는 그들의 밤은 항상 존재하는 볼바의
밝기와 크기 덕분에 낮보다 아주 어둡지 않지만, 일식 때는
태양과 볼바 두 발광체 모두 빛이 꺼진다(Kepler, 2003: 26).
빛은 물체의 단단함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다. [명제 10]
빛은 밀도가 높은 물체의 표면을 그 밀도만큼 큰 저항을 받으며 통과한다. [명제 14]
색깔은 잠재되어 있는 빛이며, 투명한 물체에 묻혀 있는 빛이다. [명제 15]
불투명한 것은 많은 표면으로 쪼개져 있고 큰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색깔을 많이 갖고 있다. [명제 17]
색깔이 있는 매질을 통과하는 빛은 점점 더 색이 입혀지고,
매질에 더 깊게 침투한 빛은 더 붉어져서 떠난다. [명제 25]
색을 비추는 빛은 모든 방향으로 반사되고 그 빛나는 색들은 빛 그 자체처럼 구형으로 전파된다.
하지만 수직 방향으로 더 강하게 전파된다. 이렇게 불투명한 물체에 의해 반사되고 굴절되어 변환된 빛이 소통된 빛이다. [명제 22]
따라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빛을 반짝이며 달이 불투명한 때,
또는 달의 밤에 광선을 보내고, 다음에는 보름달이 태양으로부터 받은 광선을 통해
우리의 밤을 밝혀준다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원이 달의 원보다 큰 만큼
지구는 더 선명하게 그 일을 한다(Kepler, 2000: 266).
볼바의 크기와 밝기 때문에 볼바는 실질적으로 심지어
그믐 볼바(new Volva)일 때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Kepler, 2003: 23).
우리에게 낮에 달이 삭일 때 태양빛 넘어간 지 몇 시간 되지 않았을 때에도 달이 보인다.
초승달 모양이 빛날 뿐만 아니라 달 전체가 빛난다. 이것은 명백히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등진 달의 반구를 밝혀주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 때 지구가
달에게 태양에 의해 밝아진 완전한 원모양을 보여주고 달에 태양빛을 반사해준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과 아주 다르지 않은 현상을 달 거주자들이
볼바, 즉 지구로부터 발견할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Kepler, 2003: 103).
달이 그림자의 서쪽 경계에 닿을 때,
그것은 달의 동쪽 끝으로부터 굴절되어 오는 태양 광선을 만난다.
하지만 이 광선들은 가시광선이 된다. 따라서 달 거주자들은 그들이
볼바 뒤쪽에 있는 태양의 작은 동쪽 부분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Kepler, 2003: 120-121).
4. 달의 기후와 빛
서브볼바의 밤은 우리의 14일 동안이나 지속되지만,
볼바가 존재함으로써 땅을 밝혀주고 추위로부터 막아준다.
실로 아주 큰 질량과 아주 강한 밝기가 따뜻함을
전하지 못할 수 없다(Kepler, 2003: 27).
발광체들(태양과 지구)은 함께 … 그 반구(서브볼바)로 모든 물을 끌어온다.
반면에 프리볼바 반구는 모든 물이 빠졌기 때문에 건조하고 춥다. 하지만 서브볼바에 밤이,
프리볼바에 낮이 시작되면 그 반구들은 빛들을 나눠 가지게 되므로 물도 나눠진다 …
프리볼바에 수분이 공급되어 열기가 조금 완화된다(Kepler, 2003: 26).
5. 달의 지형과 생명체
볼바의 위쪽, 즉 북쪽 부분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부분은 더 어둡고 거의 연속적인 점들로 덮여 있다.
다른 부분은 약간 더 밝으며, 북쪽으로 놓여 두 반구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밝은 띠가 관통한다(Kepler, 2003: 24).
따라서 ‘달은 또 다른 지구’라고 주장한 피타고라스학파의 해묵은 의견에 따르면,
달의 ‘더 밝은 부분’은 달의 육지에 해당하고 ‘더 어두운 부분’은 바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태양빛을 받고 있는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면, 지구의 육지는 더 밝게 보이고 바다는
더 어둡게 보일 거라는 점을 나는 결코 의심치 않는다. 달에서는 커다란 반점 지역이
‘더 밝은 부분’보다 더 낮은 것 같다(갈릴레오 갈릴레이, 2004: 72).
이 이동(조석 현상)이 일어나려면 달의 전체 표면이 물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느 곳에서도 방해로 작용하는 해안이 없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 망원경이 우리에게
산과 언덕, 그리고 거대한 연안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러한 소위 ‘성벽’들은
계곡이나 도랑으로 구멍이 파여 있어서 아주 많은 물을 한 반구에서 다른 반구로
흘러가도록 할 수 있게 해야 한다(Kepler, 2003: 123, 124, note 202).
6. 결론
참고문헌
갈릴레오 갈릴레이, 앨버트 반 헬덴 옮기고 해설, 장헌영 역 (2004),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승산. [Galilei, G. (1989), Sidereus Nuncius, or the Sidereal Messenger, Trnaslated by Helden, A. V., University of Chicago Press.]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무현 옮김 (2016), 『대화: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 사이언스북스.
Kepler, J. (2003), Kepler’s Somnium: the dream, or posthumous work on lunar astronomy, Translated with commentary by Rosen, E., Mineola, NY: Dover Publications.
Kepler, J. (2000), Optics: Paralipomena to Witelo & optical part of astronomy, Translated by Donahue, W. H., Santa Fe, NM: Green Lion Press.
Campbell, M. B. (2002), “Alternative Planet: Kepler’s Somnium (1634) and the New World.” in Jowitt, C. & Watt, D. eds., The Arts of 17th-Century Science: Representations of the natural world in European and North American culture, London; New York: Routledge.
Chen-Morris, R. (2005), “Shadows of Instruction: Optics and Classical Authorities in Kepler’s Somnium.”,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Vol. 66, No. 2, 22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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