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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학생저널 제3호(2026.06.)

'사이'는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학생들이 만드는 학생저널입니다.  제3호 PDF 다운로드 특집: 감각과 상상 그림의 인지심리학과 관찰의 이론적재성 강규태 가속기 감각하기 : 현장연구자의 민족지 연구 방법론에 대하여 김연화 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늙게 하는가? : '기술적 노화'와 돌봄의 STS 심은섭 케플러의 『꿈』, 달에 관한 광학 이론과 상상 장신혜 서평 아주 사적인 과학의 네트워크 :  도널드 오피츠 외, 『근대과학 형성과 가내성』 박윤지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 : 김은성, 『감각과 사물: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코드』 손하늘 과학을 돌보는 '느린 과학' : 이자벨 스탱게르스,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 안유진 대학원생 이모저모 함께 공부하는 일에 관하여 :  나의 첫 학기에 대한 회고 강정섭 낯선 캠퍼스에서 새로운 공부와 익숙해지기 오수환 헌 신입생의 수기 이준영 2025 APPSA TAIWAN 경험기 이형석 첫 학술 발표, 설레었던 데뷔 무대 : 2025 APPSA 참여 후기 정원호 '왜' 이후의 질문을 기다리며 : 과학학과 연극반 블랙박스 제1회 공연 <학술원 보고> 연출 후기 공일환 SF 단편 <미확인> 구본진 부록 학과 소식 편집 후기

학회견문록: 2025 APPSA Taiwan 경험기(이형석)

대학원생 이모저모: 학회견문록


2025 APPSA Taiwan 경험기


이형석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
hyungdralisk@snu.ac.kr



1. 학회는 어떻게든 끝이 난다

발표자로 선정된 후 주어진 4개월이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 여유가 많은 만큼 세워 둔 계획에서도 후퇴할 여지가 많았고, 관성이 붙은 후퇴는 끝을 몰랐다. 어영부영 끝내기는 했지만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후회가 크다. 해외 학회와 국내 학회는 또 다르다. 오래 준비하는 만큼 나태해지기 쉬우니 중간에 두 번 이상 계획을 수정하지 말자.

발표는 엉망이었다. 내용을 떠나서 전달이 되지 않았다. 준비한 원고를 읽어서는 청중들의 반응을 확인하지 못한다. 발표를 끝낸 후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청중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지 못한 채로 나 혼자 급발진한 셈이었다. 학회 참가자들은 생산적인 코멘트를 해주려는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조언을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발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발표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이미 출판한 연구를 소개하는 발표였다. 주로 교수님들이 이런 발표를 했으며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다음은 진행 중인 연구의 배경과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발표였다. 가장 많은 경우였으며 질문과 조언, 그리고 답변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듣고도 잘 모르겠는 발표가 있었다. 해당 분야에 관한 내 배경지식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고 발표의 구성이 뇌리에 확 남지 않는 경우가 그러했다. 내용뿐만 아니라 발표 기술까지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다는 면에서 모든 발표가 유익했다.


2. 교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다.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안면을 텄으니 다음에 다시 보면 조금 더 친해지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음 날 그 사람을 통해 다른 사람을 소개받고 각자의 관심사, 배경,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영어는 문제가 된다!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면 일종의 주눅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 특히 시니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은 이 언어의 문제가 가장 컸다. 국제 학회는 정말 좋은 기회다. 논문이나 책으로만 접했던 학자들이 내 눈앞에서 돌아다니는데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것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품에 당첨되어 받은 사케가 한 잔이 아니라 두 잔이었으면 좀 더 들이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얼굴 벌건 한국인으로 기억에 남았으리라.

한국에서 온 분들과의 교류도 유익하다. 아무래도 같은 한국인끼리 뭉치게 되더라. 2박 3일의 동안 선후배, 동료, 선생님들과 계속해서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새 친밀감이 생겨난다. 국내 학회라면 이렇게까지 가깝게 지내지 못했을 거다. 학회 참여는 내 발표나 공부뿐 아니라, 교류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3. 해외니깐

나는 이번이 두 번째 해외 학회 참여다.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었지만 뜬금없게도 국제심리학회에 참가하여 비엔나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앞뒤로 하루이틀 정도 붙여서 그 나라를 돌아다녔다. 관광지를 방문하기보다는 외국에서 일상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길거리를 산책하거나 카페에 가서 작업하는 게 전부였다.

가능하다면 조금 더 길게 체류하는 걸 추천한다. 거의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는 대학원생에게 해외 학회는 일 년 중 채 며칠이 되지 않는 일탈의 기회다. 학회가 끝나면 밀려오는 피로감으로 인해 다음 날 하루는 제대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기에 그보다는 하루이틀 더 일정을 늘려야 아쉬움이 없는 것 같다.

숙소는 좋은 곳을 잡자. 나는 이번에 두 곳의 숙소에 묵었다. 한 곳은 학회장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심지의 호텔이었으며, 다른 곳은 지인에게 부탁받은 물건을 사기 위해 외곽지에 있는 허름한 캡슐 호텔을 잡았다. 전자는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후자는 최악이었다. 심지어 가격은 20%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숙소의 컨디션은 곧 그날 하루의 컨디션이다. 숙소를 고르는 데는 시간을 좀 더 들여도 좋다.


4. 총평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돌이켜보면 첫 과학철학회 발표도 아주 아쉬웠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 다다음 발표 때는 흡족할 정도로 나아졌느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항상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언제나 아쉬운 건 매한가지다. 이러한 아쉬움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발표 날짜라는 마감일이 주는 압박감, 다른 뛰어난 발표자를 보고 느끼는 부러움, 끝나고 남는 후회까지 마치 소 한 마리를 살코기부터 골수까지 모두 발라 먹는 것처럼 학회에 참가하는 모든 과정과 결과가 다 유익하다. 일단 저질러보자. 학회는 어떻게든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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