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이모저모: 신입생 적응 수기
낯선 캠퍼스에서 새로운 공부와 익숙해지기
오수환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석사과정
tnghks272@snu.ac.kr
어느덧 나도 2학기 차가 되었다. 1학기 때를 되돌아보면, 여느 대학원 선배들이 말했듯 정신없던 나날이었던 것 같다. 딱히 특별하게 무언가를 한 것은 없는데, 엄청 바쁘고 여유가 없는 그런 하루. 나는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 세 가지 이유 정도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첫 번째로는 학교의 새로움이다. 나는 학부를 다른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서울대에서의 삶이 무엇보다 새롭고 낯설었다. 이 처음 겪어보는 규모(?)의 캠퍼스, 서울대입구역과 서울대 사이의 비상식적인 거리, 교내에 산적해 있는 꽤 많은 식당과 카페들 등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새롭고 신선해서,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와 본 사람처럼 고개가 휙휙 돌아갈 정도였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특히 놀라웠던 것은, 학교의 지원이다. 서울대에서 학교를 쭉 다녀본 사람은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서울대만큼 국내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복지혜택을 제공해 주는 대학교는 몇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명시적으로 지원되는 장학이나 지원금 외에도,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암묵지로 체감이 된다. 무료 심리 상담 세션, 교내 학생들 대상으로 실시되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 학생들의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과 지원금들, 학교에서 열리는 다양한 특강과 음악, 미술 전시회 등등. 학교 안에 정말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조성되어 있다. 체육관부터 박물관과 미술관까지, 외부인이었던 나한테 서울대는 정말 잘 짜인 하나의 마을 같았다. 두 번째는 집에서의 통학이다. 지금에야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2학기에 입학했던 나는 바보 같게도 기숙사 신청 기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추가 신청을 노려보았지만 결국 추가 신청도 열리지 않게 됨으로써 학교 통학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내 집은 고양시 덕양구로서, 행신역 근처에 있다. 행신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홍대입구역까지 간 후, 2호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 그리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다시 서울대 셔틀버스를 타고 24동으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구조이다. 지하철의 타이밍이 잘 맞으면 1시간 30분, 아니라면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덕분에 3시간 30분가량을 통학에 소비해 버렸고, 이것이 운 나쁘게도 출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시간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소비시켜 버린다. 이 부분이 항상 아쉽게 느껴진다. 수업이 없는 날 학과 행사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워짐은 물론이고, 3시간 30분 동안의 시간과 에너지를 비생산적으로 소비시키는 것도 참 아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내 학부 생활과 대학원 공부의 괴리감이다. 학과의 수업 내용도, 수업 방식도 너무 생소하다. 일단 과학학과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이 그렇겠지만, 보통은 과학학 학부가 없기 때문에 역사학과나 철학과, 정책학과 정도가 아니라면 기존에 배우던 것과는 다른 내용을 배워야만 한다. 물론 다들 과학학에 관심이 있었고 그렇기에 학부 때 나름대로 공부하고 들어온 것이겠지만, 그것은 해당 학문을 전공으로 하여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학계에서의 공식적인 활동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다른 학과 석사과정에 비해서 과학학과 학생들의 석사 소요 시간이 더 길다는 이유에 대해, 이과 학생들은 철학‧역사를 모르고 문과학생들은 과학을 몰라서 그렇다는 교수님들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내용뿐 아니라 수업 방식도 나한테는 너무 낯설었다. 내가 다녔던 학부에서 공부는 (나는 최대한 안 그러려고는 했지만) 결국 족보 암기이다. 족보 답안을 암기하지 않고 공부하려 해도 결국 내용 암기로 귀결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은 철저히 이해와 토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읽고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토론해야 하는 것이다. 쟁점을 짚어내는 능력과 글의 논리적인 구성, 글의 내용이 함의하고 있는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등등이 중요해진다. 무엇보다도, 공부 자료의 90%가 영어다. 철학 내용이 쉽지도 않은데, 그것이 다 영어로 되어있다. 과학학과 입학 이후 번역가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변화 속에서의 정신없는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지나, 지금은 작년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다음 3학기는 이번 2학기보다 더 익숙해지고, 연구 능력 또한 한층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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