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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의 유연성 평가에 대한 논의 (원영훈)

일반논문 자율규제의 유연성 평가에 대한 논의 원영훈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  powhy123@snu.ac.kr I. 서론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Deloitte, 2021). 특히, 코로나 19를 거치며 소비자들의 구매가 디지털 서비스를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전체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제고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이에 따라 다른 네트워크로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로 인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이러한 속성들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부정적으로 형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안준모, 2022).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의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의원 발의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는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요청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과 규제 방식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실증조사 없이 해외동향을 따라가는 것은 오히려 플랫폼 산업의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으며(김현경, 2021), 플랫폼이 지닌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기존 전통산업에 적합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안준모, 2022) 대안으로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 대한 자율규제 도입을 제안하였다.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와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T/F”에서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2023년 5월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투명성 제고와 상생 원칙을 발표하였다(이나연, 2023). 하지만 법적 규제의 입법을 눈앞에 두고 의도적으로 자율규제를 기획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이희정, 2022), 각종 이...

보이지 않는 아카이브의 끈: 인공위성연구센터 우리별 1호 사료 분류 및 해제 작업 후기 (박예슬)

일반논문 보이지 않는 아카이브의 끈 : 인공위성연구센터 우리별 1호 사료 분류 및 해제 작업 후기 *   박예슬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 sru.hps@snu.ac.kr 들어가며 대학원 수업 기말페이퍼로 소논문을 작성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머리를 쥐어짜서 수업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도 내 연구 관심사를 벗어나지 않는 논문 주제를 찾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사편찬위원회나 국가기록원과 같이 사료를 관리하는 기관 사이트에 들어가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사료가 충분한지 살펴보고 필요한 자료의 사본을 몇 개 신청한다. 1~2주가 지나면 A4 용지에 복사된 사료 뭉치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이처럼 내가 연구를 위해 활용한 사료들은 주로 깨끗한 A4 용지에 복사된 복사본이거나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는 스캔 파일이었다. 하지만 원문 복사를 해주지 않는 경우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서 사료를 열람해야 했는데, 그때 마주한 사료는 색이 누렇게 바랜 종이들이 켜켜이 쌓인 사료철이었다. 여태까지 깔끔한 복사본만을 보다가 한 장 한 장 잘 넘겨지지 않는 오래된 종이를 만지게 되니 마치 내가 사료를 찾아 방방곡곡을 헤매는 ‘멋진’ 역사가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이런 자료들은 어디서 수집되고 어떤 방식으로 정리된 것일까? 과학기술 관련 사료가 수집 및 처리되어 아카이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면 사료가 지닌 생생한 현장감을 연구에도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카이브 방문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던 차, 올해 초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기술사료관(이하 과천사료관)과 함께 과학기술 사료 정리 작업을 수행할 기회가 생겼고, 이 글은 아카이브를 방문하여 사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 및 해제했던 과정 전반을 담았다. 사료 정리 작업 대상은 1991~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우리별 1호’ 관련 사료로 오늘날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개발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과천사료관은 작년 말부터...

죽음의 애도를 넘어 상호의존의 정치로 : 『자연의 죽음』 다시 읽기 (박상현)

일반논문 죽음의 애도를 넘어 상호의존의 정치로 : 『자연의 죽음』 다시 읽기 * 박상현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석사과정 palpitate1118@snu.ac.kr 서론: 자연의 정치  캐롤린 머천트(Carolyn Merchant)의 『자연의 죽음』은 과학을 바꿔 놓은 책이다. 과학이 자연에 대한 지식 체계라고 할 때,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도, 이 책은 세계를 바꿨다. 자연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얼마나 상호의존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밝힌 딱 그만큼 말이다. 자연은 아주 정치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자연을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보호할 것인가? 하지만 인간만이 정치적 주체이고 자연은 통제의 대상이라는 이해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의 문제는 인간과 외따로 떨어져 발생하지 않으며, 그 문제에 따라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있는 모든 행위자의 삶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자연에 대해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고, 계급, 인종, 성별 등의 사회적 범주에 따라 다른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자연의 정치는 자연을 사회적 요소와 분리된 것으로 상정하고 그를 되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관계의 상호의존성을 바탕으로 자연을 재구성해내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돌보는 문제다. 작금의 ‘인류세’ 담론은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자연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연의 문제에 대한 태도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양분화되어 있다. 한편에는 인류의 기술 발전으로 결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지구가 이미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그러나 둘 모두는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에서의 실천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언젠가 도래할 이상적 미래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반대로 그저 절망에 휩싸여 있을 것이 아니라, 어...